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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경제

물가상승의 간접적 원인 슈링크플레이션

by 탱크보이2 2026. 1. 6.

1. 서론: 다중 위기(Polycrisis) 시대와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의 대두

1.1 거시경제적 배경과 인플레이션의 진화

2020년대 초반, 세계 경제는 팬데믹(Pandemic)이라는 보건 위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기후 변화에 따른 식량 안보 위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다중 위기(Polycrisis)' 국면에 진입했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충격은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초래하며, 지난 수십 년간 경험하지 못한 고강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발생시켰다.1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의 하락과 전반적인 물가 수준의 상승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가격표의 숫자가 바뀌는 명목상의 가격 상승을 넘어, 보다 은밀하고 교묘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원가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직접적으로 전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가격 저항(Price Resistance)과 수요 감소를 우려하여, 가격은 유지하되 제품의 크기나 중량을 줄이는 전략을 광범위하게 채택하고 있다.3 이것이 바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1.2 슈링크플레이션의 개념적 정의와 어원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줄어든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이다.3 이 용어는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처음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업이 제품의 판매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제품의 단위당 중량, 개수, 부피 등을 축소하여 실질적인 단위당 가격(Unit Price) 인상 효과를 거두는 전략을 지칭한다.4 경제학계와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를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 '중량 축소(Weight-out)', 또는 '프라이스 팩 아키텍처(Price Pack Architecture)'의 일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4

이 현상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가격 인상의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기업의 수익성(Profit Margin)을 보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2022년 노르웨이 언어위원회가 슈링크플레이션을 뜻하는 노르웨이어 '크림프플라션(Krympflasjon)'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할 만큼, 이는 전 세계적인 경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6

1.3 파생 개념과의 비교: 스킴플레이션, 그리드플레이션, 익스큐즈플레이션

슈링크플레이션의 확산과 함께 기업의 비용 대응 전략은 더욱 다변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파생 개념들이 등장하여 현대 인플레이션의 복잡성을 대변하고 있다.

용어 (Term) 정의 (Definition) 주요 특징 (Key Characteristics) 사례 (Examples)
슈링크플레이션 (Shrinkflation) 가격 유지 + 양(Quantity) 축소 제품의 크기, 중량, 개수 감소. 단위당 가격 상승 효과. 과자 중량 감소, 화장지 롤 길이 축소 3
스킴플레이션 (Skimpflation) 가격/양 유지 + 질(Quality) 저하 '인색하게 굴다(Skimp)' + 인플레이션. 저렴한 대체 원료 사용, 서비스 축소. 오렌지 주스 과즙 함량 축소, 튀김유 변경 3
그리드플레이션 (Greedflation) 과도한 가격 인상 (탐욕) '탐욕(Greed)' +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원가 상승폭 이상으로 가격 인상. 기록적인 기업 이익률, 마진 확대 8
익스큐즈플레이션 (Excuseflation) 변명(Excuse)에 의한 인상 인플레이션, 공급망 이슈 등을 핑계로 가격 인상 정당화. 실제 비용 압박이 해소된 후에도 가격 유지 7

특히 스킴플레이션은 슈링크플레이션보다 소비자가 인지하기 훨씬 어렵다는 점에서 '가장 교묘한 인플레이션'으로 불린다.10 예를 들어, 제품의 포장과 가격은 그대로 둔 채 핵심 원재료의 함량을 낮추거나, 값싼 대체재로 성분을 변경하는 행위는 소비자가 성분표를 정밀하게 대조하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제품의 효용 가치 자체를 떨어뜨리는 행위로 간주된다.11


2. 슈링크플레이션의 발생 메커니즘: 경제학 및 행동심리학적 분석

기업이 가격 인상 대신 용량 축소를 선택하는 의사결정 과정에는 생산자 측면의 비용 구조 변화와 소비자 측면의 심리적 기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2.1 공급 측면: 생산 비용 급등과 마진 방어 기제

슈링크플레이션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생산 원가의 구조적 상승이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 원자재 가격(Raw Material Costs)의 상승: 기후 위기로 인한 이상 기후(가뭄, 홍수, 서리 등)는 주요 농작물의 작황 부진을 초래했다. 브라질과 미국 플로리다의 오렌지 작황 부진,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 감소 등은 식품 기업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켰다.2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곡물 및 식용유 가격의 급등을 유발했다.2
  • 공급망 병목과 물류비: 팬데믹 이후 물류 네트워크의 회복 지연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운송 및 제조 비용을 증가시켰다.2
  • 인건비 상승: 노동 시장의 경직성과 임금 상승 압력은 기업의 고정비 부담을 높였다. 기업은 이러한 비용 상승분을 흡수하기 위해 제품의 규격을 조정함으로써 단위당 생산 비용을 최적화하려는 유인을 갖는다.13

2.2 수요 측면: 가격 탄력성과 베버-페히너의 법칙

기업이 가격 인상보다 용량 축소를 선호하는 이유는 행동경제학적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 가격 민감도와 주목효과: 틸버그 대학과 싱가포르 경영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제품의 가격 변화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High Sensitivity), 제품의 중량이나 크기의 미세한 변화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Low Sensitivity).14 소비자의 시선은 주로 가격표에 고정되어 있으며, 패키지에 표기된 중량 정보(Net Weight)를 매번 확인하고 비교하는 소비자는 드물다.15
  • 베버-페히너의 법칙(Weber-Fechner Law): 이 법칙은 자극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자극의 변화량이 일정 비율 이상이어야 한다는 심리학 이론이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용량 감소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변화폭을 '최소 식별 차이(Just Noticeable Difference, JND)' 미만으로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용량을 10% 미만으로 줄일 경우 소비자가 이를 인지할 확률은 현저히 낮아진다.11
  • 심리적 가격 저항선(Psychological Price Points): 990원, 1,000원, 5달러 등 특정 가격대는 소비자에게 강력한 심리적 기준점으로 작용한다. 이 가격선을 넘기는 순간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이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 내용물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한다.2

2.3 시장 경쟁과 기업 전략

경쟁이 치열한 시장(FMCG, 일용소비재)에서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쟁사들이 가격을 동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압박을 받는 기업은, 표면적인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슈링크플레이션을 '열등 전략'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채택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용량을 줄인 제품의 매출은 가격을 올린 경우보다 오히려 증가하거나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 방어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간주된다.14


3. 한국 및 글로벌 시장의 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 실태 심층 분석

3.1 한국 시장의 슈링크플레이션 확산 현황 (2023-2024)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 하반기 및 2024년 1분기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공식품과 생활필수품 전반에서 광범위한 용량 축소가 확인되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기업들의 구조적인 가격 책정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3.1.1 주요 적발 품목 및 데이터 분석

한국소비자원이 '참가격' 데이터와 신고센터 제보를 분석한 결과, 견과류, 육가공품, 유제품, 제과류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용량 축소가 발생했다.16

[표 1] 한국 시장 내 주요 슈링크플레이션 적발 사례 (2023-2024)

제조사 (Manufacturer) 제품명 (Product Name) 변경 전 용량 변경 후 용량 감소율 (Reduction Rate) 비고 (Notes)
HBAF (바프) 허니버터아몬드 등 210g 190g -9.5% 인기 견과류 제품 전반 17
CJ제일제당 백설 그릴비엔나 (2번들) 640g 560g -12.5% 80g 감소 17
CJ제일제당 숯불향 바베큐바 280g 230g -17.9% 편의점용, OEM사 변경 사유 18
서울우유협동조합 체다치즈 (20매) 400g 360g -10.0% 매수는 동일하나 두께/중량 감소 17
서울우유협동조합 비요뜨 143g 138g -3.5% 대표 토핑 요거트 제품 18
동원F&B 양반김 5g 4.5g -10.0% 원초 가격 상승 반영 18
동원F&B 참치 통조림 100g 90g -10.0% 18
오리온 핫브레이크 50g 45g -10.0% 18
제키스 제주 감귤/한라봉 초콜릿 224g 192g -14.3% 19
착한습관 아로니아 동결건조 분말 200g 150g -25.0% 최대 감소폭 기록 19

이 외에도 수입 제품인 '블랙썬더 미니바(158g→146g)', '위토스 골드 초콜릿(250g→200g)' 등도 용량이 축소되었으며, 일부 제품은 용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단위당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19 특히 33개 적발 품목 중 32개가 가공식품이었으며, 단 1개만이 세제류(생활용품)였다는 점은 식탁 물가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보여준다.16

3.2 한국형 스킴플레이션: 품질 저하의 '다운그레이드'

가격과 용량을 유지하면서 원재료의 품질을 낮추는 스킴플레이션 사례는 소비자의 미각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 롯데칠성음료 델몬트 주스: 델몬트 오렌지 및 포도 주스의 과즙 함량이 기존 100%에서 80%로 하향 조정되었다. 이는 미국 플로리다 지역의 허리케인 피해와 감귤녹화병 확산으로 인한 오렌지 농축액 가격 폭등에 기인한다. 롯데칠성 측은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하면서 '100%' 문구를 삭제하고 하단에 축소된 함량을 표기했으나, 소비자가 이를 직관적으로 인지하기는 어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10
  • BBQ 치킨의 튀김유 변경: BBQ는 창사 이래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사용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강조해왔으나,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3배 이상 급등하자 올리브유 50%와 해바라기유 50%를 혼합한 '블렌딩 오일'로 튀김유를 교체했다. 사측은 가격 동결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프리미엄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10
  • 롯데리아의 레시피 변경: 양상추 가격 파동 당시, 햄버거에 들어가는 양상추의 양을 줄이거나 양배추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방식을 취했다.23

3.3 글로벌 사례 분석: 전 세계적인 현상

슈링크플레이션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트렌드이다.

  • 미국: 펩시코(PepsiCo)의 '게토레이'는 병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용량을 32온스에서 28온스로 약 12.5% 줄였으나 가격은 유지했다. '버거킹'은 치킨너겟 개수를 10개에서 8개로 줄였고, '차밍(Charmin)' 화장지는 롤당 매수를 264매에서 244매로 축소했다.2 '오레오(Oreo)' 쿠키와 '레이즈(Lay's)' 감자칩 역시 패키지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2
  • 영국: 영국 소비자 단체 'Which?'의 조사에 따르면, 구강청결제 '리스테린(Listerine)' 용량이 600ml에서 500ml로 줄었으나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여 단위당 가격이 46% 폭등한 사례가 보고되었다.25
  • 일본: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으로 인해 '스텔스 가격 인상(Stealth Price Hike)'이라 불리는 슈링크플레이션이 과자류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26

4. 슈링크플레이션의 경제적 영향과 소비자 신뢰의 위기

4.1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왜곡과 '숨겨진 인플레이션'

슈링크플레이션의 가장 큰 경제적 문제는 공식 물가 지표와 체감 물가 간의 괴리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 CPI 반영의 한계: 통계청이나 미국 노동통계국(BLS) 등은 CPI 산정 시 제품의 용량 변화를 반영하여 품질 조정(Quality Adjustment)을 거친다. 이론적으로는 용량 감소분이 가격 상승분으로 환산되어 지표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BLS의 연구에 따르면, 슈링크플레이션이 전체 인플레이션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수치상으로는 미미한 수준(약 1~2%p 내외)으로 나타난다.27
  • 체감 물가의 격차: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 매장에서 느끼는 '박탈감'이나, 동일한 효용을 얻기 위해 더 많은 개수를 구매해야 하는 빈도 증가 등은 CPI 수치에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슈링크플레이션이 물가 상승세 둔화(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의 체감을 더디게 만들고, 고물가 인식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1 이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잠식하는 '투명인간 인플레이션' 효과를 낳는다.29

4.2 소비자 신뢰의 붕괴: '암묵적 계약'의 파기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는 '공정한 가격에 정당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암묵적 계약(Unspoken Contract)이 존재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기업이 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

  • 신뢰 하락과 이탈: 소비자가 나중에 용량 축소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배신감은 단순한 가격 인상보다 더 크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경쟁사 제품이나 PB(Private Brand) 상품으로의 이탈(Churn)을 가속화한다.30
  • 부정적 입소문과 불매 운동: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 의심 제품 목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이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과 불매 운동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이 기업의 '꼼수'를 능동적으로 찾아내고 공유하는 '감시자' 역할을 자처하게 된 것이다.32

5. 규제 환경의 변화: 각국 정부의 입법 및 정책 대응

전 세계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시장 실패의 일종이자 정보 비대칭에 의한 소비자 기만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5.1 한국: 고지 의무화와 과태료 부과 (2024년 8월 시행)

한국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 근절을 위해 매우 구체적이고 강력한 제재 수단을 도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를 개정하여 2024년 8월 3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33

  • 규제 내용: 제조업자가 제품의 용량, 규격, 중량, 개수 등 중요 사항을 축소하면서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행위를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지정했다.
  • 고지 의무: 기업은 용량 변경 시 ▲제품 포장 ▲자사 홈페이지 ▲판매 장소(온라인 쇼핑몰 포함) 중 하나의 수단을 통해 변경 사실을 3개월 이상 고지해야 한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에도 이를 사전 통지해야 한다.34
  • 제재(과태료): 의무 위반 시 1차 위반 500만 원, 2차 위반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16
  • 관련 법령 개정: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소비자기본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거나 완료되었다.36

5.2 유럽 및 기타 국가의 규제 동향

유럽 국가들은 소비자 알 권리 강화를 중심으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 프랑스: 2024년 7월 1일부터 대형 슈퍼마켓(면적 400㎡ 이상)은 용량이 줄어들고 단위 가격이 인상된 제품에 대해 의무적으로 안내문을 게시해야 한다. "이 제품은 용량이 X에서 Y로 감소하였으며, 이에 따라 단위당 가격이...% 상승했습니다"라는 문구를 제품 근처에 2개월간 부착해야 한다.37 이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를 압박하는 효과도 갖는다.
  • 독일: 함부르크 지방법원은 2024년 2월, 포장 크기는 유지한 채 내용물만 줄인 행위에 대해 소비자 기만이라고 판결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수치심의 목록(List of Shame)'과 같은 형태로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공개하고 있다.37
  • 브라질: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수준의 규제를 시행 중이다. 제조업체는 용량 변경 시 변경 전후 용량과 변화량(수치 및 비율)을 포장 전면에 최소 6개월 이상 크고 명확하게 표기해야 한다.40
  • 영국: 2025년 10월부터 슈링크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새로운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6

[표 2] 주요국 슈링크플레이션 규제 비교

국가 (Country) 시행 시기 (Implementation) 주요 내용 (Key Regulations) 비고
한국 2024년 8월 3일 용량 변경 시 3개월간 포장/웹사이트/매장에 고지 의무화. 위반 시 과태료 최대 1,000만 원. 공정위 고시 개정 35
프랑스 2024년 7월 1일 대형 마트 내 해당 제품에 2개월간 안내문 부착 의무화. 유통업체 책임 강화 38
브라질 시행 중 변경 전후 용량 및 차이를 포장에 6개월간 명시. 가장 엄격한 표기 의무 40
독일 판례 중심 기만적 포장에 대한 법원 판결 및 소비자 단체 감시. 37
영국 2025년 10월 (예정)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신규 규제 도입 예정. 6

6. 향후 전망 및 전략적 시사점 (2025-2026)

6.1 2025-2026 경제 전망과 슈링크플레이션의 지속성

2025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 수준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되나, 이는 총량적 지표일 뿐 개별 품목, 특히 식료품 물가의 불안정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42

  • 원자재 시장의 구조적 위기: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작황의 불확실성은 2025년과 2026년에도 계속될 핵심 리스크이다. 특히 카카오, 커피, 올리브유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 변동성은 기업들에게 지속적인 원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43
  • 환율 및 무역 환경: 미 달러화 강세와 글로벌 무역 분쟁 가능성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여 국내 가공식품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할 것이다.43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슈링크플레이션을 완전히 포기하기보다는,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격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6.2 기업 대응 시나리오: 규제 회피와 풍선 효과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풍선 효과(Balloon Effect)'를 낳을 수 있다.

  • 신제품 출시 및 리뉴얼: 기존 제품의 용량을 줄이고 고지하는 번거로움과 낙인효과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기존 제품을 단종시키고 용량과 패키지를 변경한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리뉴얼'을 단행하여 자연스럽게 가격을 인상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44
  • 프리미엄화(Premiumization): 고급 원재료 사용이나 기능성 강화를 명분으로 제품 라인업을 고가 위주로 재편하고, 기존의 저가 대용량 제품을 축소하는 방식이 확산될 것이다.
  • 직접 가격 인상: 고지 의무를 준수하느니 차라리 가격을 올리는 정공법을 택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이미 제과업계 등에서는 규제 강화 이후 가격 인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44

6.3 2026년 소비 트렌드 변화: '스마트 소비'와 AI의 결합

2026년에는 식품 시장에서 AI 기반 맞춤형 식단과 PB(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제품의 프리미엄화가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46

  • PB 시장의 성장: 브랜드 제품(NB)의 슈링크플레이션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가성비와 품질을 갖춘 PB 제품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PB 라인업을 강화하고, 제조사와의 협상력을 높일 것이다.
  • 기술 기반 소비: AI와 가격 비교 앱을 활용하여 단위당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슈링크플레이션 이력을 추적하는 '스마트 컨슈머'가 주류가 될 것이다. 이는 기업들에게 투명한 가격 정책을 강제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6.4 결론 및 제언

슈링크플레이션은 고비용-저성장 경제 구조 속에서 기업이 찾아낸 생존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소비자의 알 권리와 시장 신뢰를 위협하는 규제 대상이 되었다.

  • 기업: 단기적인 이익 보전을 위한 '꼼수'는 브랜드 가치에 치명적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투명한 소통과 품질 혁신을 통한 정면승부만이 '그리드플레이션' 논란을 잠재우고 2026년 이후의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 정부: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변칙적인 가격 인상(스킴플레이션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되, 기업의 자율적인 품질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 소비자: 단위 가격 확인을 생활화하고, 시장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감시하는 주체적인 소비 행태가 요구된다.